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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열부(烈婦)의 어떤 사랑
작성자 관리자

정읍(井邑) 고을의 한 촌락에 달은 밝은데 조심스레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야, 온다. 저 발자국 소리가』
수백 년을 버티어 온 느티나무 아래 찰싹 달라붙은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이었다.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가오는 그림자는 김정승의 집을 돌아가고 있었다.
『자네가 날 속이려고 이 한 밤중에 날 데리고 왔지?』
『아니야, 틀림없이 내 눈으로 본거야. 틀림없이 그 놈이 나타날걸세.』
그 다음 날도 두 사람은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 사나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놈이 언제 나타날까 하는 생각 뿐으로 가슴이 조였다.
과연 그날 밤, 발소리를 죽여가며 다가온 그림자는 문을 가볍게 두들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속삭였다.
『요놈, 네 놈이 오늘에야 잡히는 구나. 이 통에 우리도 한 몫 잡아보자.』 하고 있었다.
김정승 댁은 그야말로 고대광실이었다.
그런데, 김정승에게는 청상과부가 된 며느리가 후원 별강에 기거하고 있었다.

결혼을 하자마자 남편이 병으로 죽어 독수공방 쓸쓸히 지내고 있었다.
며느리는 정읍고을에서 드문 열부(烈婦)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며느리는 항상 남편을 그리워하고 사모했다. 초하루 보름이면 빼놓지 않고 절을 찾아가 죽은 남편의 명복을 빌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 며느리가 지나갈 때는 지체 높은 양반집에서 열녀가 나온다는 말을 사람들은 수없이 되 뇌이며 칭찬하고 있었다.
그런데, 참쇠라는 별명을 가진 김풍원은 이 말을 믿지 아니하였다.
하루는 참쇠가 우연한 기회에 김정승 며느리의 비밀을 알아낸 것이다.
어느 날, 물을 대려고 밤늦게 나오는데 김정승의 며느리가 거처하는 별당으로 통하는 뒷문을 어느 놈이 조심스레 두들기고 있었다.
조금 있더니 문이 열리며 사나이를 반갑게 맞아들이는데 틀림없이 그 댁의 며느리였다.
참쇠는 담을 넘어 두 사람이 들어간 방문에 구멍을 뚫고 들여다보았다.
두 사람은 곧 알몸이 되어 정을 풀고 있었다.
김정승의 며느리는 혼자 일생을 사는 것보다는 존경하는 사람의 씨앗을 받아서 대를 잇고 싶은 생각으로 꽉 차 있었으나 그 당시의 법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 뒤, 참쇠와 박서방이라 하는 두 사람은 또 김정승의 며느리와 스님이 정을 통하는 걸 목격했다.
그들은 멀리서 스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스님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 놈아, 너 이 밤중에 어디 갔다오느냐?』
『아니, 네 놈들은 웬 놈들인데 부처님의 제사도 모르느냐?』
하고 스님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었다. 박서방은 스님의 멱살을 잡고 꿇어 앉혔다.
바른 대로 대라고 다그쳤다.
두 사람은 스님을 때리며 '네 놈이 김정승 댁 며느리와 간통을 했다'고 몰아댔다.
스님은 죽을죄를 지었다고 용서를 빌었다. '날만 새면 너와 그년을 발가벗겨 한 오랏줄에 묶어 온 동네를 끌고 다닐 테다'하고 엄포를 놓았다.

박서방은 스님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우리는 빛이 삼백냥이 있다. 너를 내일 그년과 함께 돌이질 할 것이다.』 하였다.
스님은 정신이 아득했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김정승 댁을 찾았다.
김정승은 웬일이냐고 놀랐다.
시주돈이 필요해서 왔노라고 말하니 김정승은
『그러면, 우리 며느리를 만나 보시오.』하는 것이었다.
스님은 하인의 안내로 며느리를 만났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절(守節)과부인 김정승의 며느리는 새파랗게 되고 말았다.
스님은 돈 3백 냥이 있으면 그들의 입을 막는다고 일러주었다. 이 말을 들은 며느리는 서슴지 않고 패물과 돈을 내주었다.
박서방은 절을 찾아갔다.
절간이 떠나가도록 중놈 나오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스님은 박서방의 소매를 붙잡고 간절히 부탁했다. 돈과 패물을 내밀면서 사정을 했더니 슬그머니 물러나는 것이었다.
박서방은 바로 소문난 부자가 되었으며 논도 사고 밭도 샀다.
그 뒤 참쇠는 정읍 고을을 떠나고 말았다.
그런데, 슬픈 일은 못된 박서방이 아무도 모르게 절간을 찾아가 스님을 죽여버리고만 일이었다.
스님을 몰래 산 속에 묻어 놓은 박서방은 그날부터 앓기 시작했다.
백방으로 약을 써 보았지만 효험이 없었다. 이름 있는 의원, 이름 있는 점쟁이를 다 찾아가 살 길을 찾아보았다.
어느 날은 가장 신통하다는 점쟁이의 말이
『이것은 제 명대로 살지 못한 어떤 스님의 넋이 박서방을 괴롭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넋을 위로하는 굿을 해 주어야 합니다.』 하는 것이었다.

박서방의 집에서는 무당의 굿이 시작되어 난리를 떨었다.
이 때 이상한 일은 별안간 참쇠가 나타난 것이다.
참쇠를 알아본 박서방은 눈물을 흘리며 과거를 뉘우치는 것이었다.
『내가 죽는 마당에 자네에게만 말하는 것인데 스님의 시체를 찾아내어 고이 좀 묻어 주기 바라네.』

이 말을 남기고 박서방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참쇠는 절간을 찾아가서 일러 준 곳을 파보니 스님의 시체가 썩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시체를 양지 바른 곳에 잘 묻어 주었다.
그 후 참쇠는 김정승의 집을 찾아갔다.
김정승은 죽은 지 오래였고 그 며느리가 맞이해 주었다.
그 여인 곁에는 대여섯 살 먹은 사내아이가 딸려 있었다.
그 스님이 뿌려 놓은 아이였다.
참쇠는 그 동안의 모든 사실을 여인에게 털어놓았다.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다.
다시 입을 여는 여인은
『인간 만사가 다 허무하기만 하답니다. 남편도 아버님도 스님도 이제 다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는데 이제 와서 그대를 탓하여 무얼 하겠습니까? 앞으로는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십시오. 그럼, 얼른 갈 길을 재촉하시오.』 하는 것이었다.
여성은 늘 안으로 세차게 타오르는 불길을 소유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 여인의 불길은 끝내는 빛이 약했다.
여인의 하얀 얼굴에 인고(忍苦)의 눈물이 어떤 환상(幻想)이라고 기억하는 듯 조용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료제공:[ 정읍의 전설 ] 김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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