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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량(上樑)을 올라타고
작성자 관리자

조선(朝鮮)때 정읍시 칠보면 반곡리 세류(七寶面 般谷里 細柳) 부락에 함평이씨(咸平李氏)의 성을 가진 사람이 살았다.
이씨는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상주(喪主)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씨의 집은 가난했다.
가난했기에 늘 먹는 것 걱정하기에 바빴다.
이씨는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해야 했고 아내도 끼니를 해결하기 위하여 날품팔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인성이 맑고 부지런하며 세상을 의욕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 부부에게 소원이 있다면 남처럼 자기 집을 가지고 부자로 잘 살아보는 것이었으며 더 큰 소원은 아들을 낳아 큰 공부시켜 벼슬길에 올려 상민(常民)을 면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하루의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가까운 절(寺)에 들렀다.
부처님 앞에 엎드려 치성(致誠)을 드렸다. 항상 건강하고 부자로 잘 살며 훌륭한 아들을 낳아 양반으로 살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비는 그의 마음은 너무도 곡진(曲盡)하고 간절했다.
이러한 가운데 아내는 태기(胎氣)가 있었다.
부부는 좋아서 어쩔줄을 몰랐다. 아들을 낳으면 꼭 훌륭한 아이로 키우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는지 모른다. 그 후 아내는 그리던 아이를 낳았으니 옥동자였다.
부부는 기쁜 경사에 몸 둘바를 모르고 있었다. 아이는 예쁘고 사내답게 잘 자라 주고 있었다.

남편 이씨가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다 청룡(靑龍)이 내려 오기에 두 팔로 용을 껴 안고 하늘에 오르고 있었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잠을 자다가 말고 아내를 깨워 꿈이야길 했다.
길몽(吉夢)임에 틀림이 없었다. 옛날부터도 용을 잡아 타고 하늘에 오르는 꿈을 꾸면 드문 길몽으로 시험에 합격하게 되며 큰 재산을 얻고 권세를 누리게 되어 소원 성취한다고 이들 부부도 알고 있었다.
이 꿈은 필연코 좋은 꿈이니 절대로 입밖에 내지 말도록 부부간에 단단히 약속을 해 두었다.
이씨는 꿈을 꾼 뒤 그 날밤, 잠이 들지 않아 뒤척이는 가운데 날이 밝았다.
상쾌하고 날을 듯한 기분이었다.
아내가 차려 주는 아침밥을 드는 둥 마는 둥 하고 밖에 나왔다.
상복(喪服) 자락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고 싶었다.
발걸음이 놓이는 대로 무턱대고 걷고 있었다. 한참 걷다보니 칠보면 시산리 삼리(詩山里 三里) 부락에 도착하고 있었다.
삼리(三里)마을 한 가운데를 지나는데 마침 새 집을 지으면서 상량(上樑)을 올리고 있는 집이 있었다.
이씨는 순간적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조건 상량을 잡아올라 탔다.
그리고, '이것은 내 집이다.'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제 정신이 아니었다. 주인이 화를 내고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좀처럼 상량 위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화가 치민 주인이 몽둥이를 휘두르는 바람에 이씨는 상량에서 내려와 도망치고 말았다.
꿈이 너무도 특이하고 좋은 꿈이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려니 하고 있던 중 순간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

새 집을 짓던 주인은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견딜 수가 없었다.
알지도 모르는 상주 놈이 남의 새 집 상량을 타고 자기 집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새 집 주인은 이씨를 찾아가 다시 싸움을 벌였지만 이씨는 역시 그 집을 자기 집이라고 우겨대는 것이었다. 상량을 타고 소리를 지르던 광경을 본 마을 사람들은 이씨를 미친 사람이라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새 집(서기 1991년 7월 26일 현재 : 칠보면 시산리 삼리 권오중(權五重 : 75세)씨가 살고 있는 한식집임)은 이러한 큰 일이 벌어진 가운데 잘 지어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새 집을 다 지은 집주인은 저녁마다 꿈을 꾸었다.
꿈에 지체 높게 보이는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나타나
『이 집은 너의 집이 아니다. 이 집은 이씨의 집이 맞다. 그러니, 너는 하루 속히 이 집을 이씨에게 비워 주도록 하라.』 하는 것이었다.
깨어 보면 꿈이었다. 이런 꿈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저녁마다 꿈을 꾸었다. 꿈을 꿀 때마다 할머니가 나타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사라지곤 했다.
집주인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가 막혔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자기 집을 넘겨주라니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고 분해서 살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과 상의를 해 보았지만 신통한 방법이 없었다.
꿈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밤마다 꿈을 꾸니 기분이 좋지 않아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저녁마다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집주인은 몸이 야위어 가고 있었다.
늘 걱정 속에 살아가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꿈이 3개월이 계속되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집주인은 식구들과 상의하고 집을 이씨에게 넘겨주기로 결심하고 말았다.
비교적 형편이 넉넉한 집주인은 집을 이씨에게 비워 주고 이사를 가고 말았다.
새 집을 넘겨받은 이씨는 고맙다는 인사를 수없이 하였으며 앞으로 잘 살게 되면은 이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이씨 부부에겐 복이 굴러오고 있었다.
아들을 낳아 소원을 풀었는데 또 새집 한 채가 생겼으니 부러울게 없었다.
그러나, 본래의 집주인에게 미안한 생각 떨칠 수가 없어 그 은혜를 꼭 갚기로 부부간에 결심을 다지고 있었다.
새 집을 얻어 이산 온 이씨 내외는 하는 일마다 잘 되었으며 형편이 날로 좋아졌다.
머슴살이를 하면서도 이씨는 고된 줄을 몰랐다.
이씨는 어느 날, 소로 밭을 갈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일만 해온 이씨는 쟁기질 솜씨도 뛰어났다.
비록 남의 집에서 머슴노릇 하며 소를 몰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재미가 있고 가벼웠다.
하루 종일 쟁기질을 하였지만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해가 서산에 걸리자 이씨는 소를 놓고 쉬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지나가는 필상(筆商)이 있었다. 그 붓장수는 이씨가 쉬는 옆에 와서 같이 좀 쉬어 가자고 했다. 이씨는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반가이 붓장수를 맞아 주었다.

이씨가 무슨 장사를 하는 사람이냐고 묻자 필상은 붓과 좋은 서적(書籍)을 가지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파는 장사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이 책은 대부분 사서삼경(四書三經)으로 큰 공부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자세히 말해 주었다.
이 때 이씨의 머릿속에는 얼핏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으니 이 좋은 책을 전부 사다가 아들에게 주어 글공부 시켰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매사에 의욕적이고 성실한 이씨였지만 무식하기 때문에 단순한 데가 있었다.
이씨는 즉시 그 책 모두와 소를 바꾸자고 제의했다.
필상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 한 마리면 이 책정도야 몇 배를 살 수 있는데 그냥 바꾸자니 그런 횡재가 없었다.
필상도 즉시 좋다고 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흥정이 이뤄져 이씨는 소를 넘겨주고 책 한 보따리를 들고 집에 돌아왔다.
저녁밥을 먹는데 주인이 소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웃으면서
『주인 어른,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아들 가르칠 욕심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좋은 책이라기에 무조건 소와 바꾸어 버렸습니다. 제가 그 소 값으로 삼 년 동안 열심히 일하며 세경(혹은 사경 : 私耕)을 받지 않고 무보수로 일하겠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주인도 기가 막혀 할 말이 막히고 말았다.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라서 결국 주인도 웃고 말았다.

이씨는 이 책을 아들에게 주었다.
아들은 칠보 용태봉(七寶 龍台峰) 아래 있는 석탄사(石灘寺)에 가서 글공부를 하고 있었다.
아들이 좋은 책을 들고 공부하러 가는 모습이 하도 자랑스러워 이씨 부부는 흐뭇하였다.
온 정성을 아들에게 다 쏟아 훌륭한 사람을 만들어 보겠다는 결의에 차 있었다.
아들이 책을 가지고 와서 집에서 글을 읽을 때에는 이씨 부부는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어 친구들에게 아들 자랑을 늘어놓곤 했다.
어느 겨울밤이었다.
밖에는 눈보라가 심했다. 며칠간 계속 내린 눈으로 무릎까지 빠지면서 이씨는 아들 공부하는 것을 보려고 석탄사를 찾았다.
눈보라 속을 헤치며 석탄사에 도착했을 때 가슴은 한없이 설레었다.
아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속히 보고 싶어 문구멍을 통해 방을 들여다보았다.
글공부하는 아이들 몇이서 열심히 붓글씨를 쓰는 시간이었다. 아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다른 아이들은 다같이 글씨를 쓰고 있는데 자기 아들만은 옆사람을 건드리며 우두커니 앉아 장난을 하고 있었다.

이씨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너무도 실망했다.
어찌할 줄을 몰랐다. 이씨는 마루 밑 토방 아래 엎드려 흐느끼고 있었다.
그 긴 겨울밤을 꼼짝도 아니하고 엎드린 채 울고만 있었다.
새벽에 맨 먼저 밖에 나온 사람은 이씨의 아들이었다.
아들이 나와 보니 누가 토방에 엎드려 있지 않은가?
아들이 깜짝 놀라 누구냐고 물었다.
그 때 아버지인 이씨는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아니한 채
『서방님 덕분에 양반 좀 됩시다. 제발, 서방님 덕분에 양반 좀 됩시다.』 이 말만 늘어놓고 있었다.
이상히 여긴 아들이 얼른 몸을 일으키니 자기 아버지였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부둥켜안고 한없이 울었다.
아들은 다시는 노는 일이 없이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백배 사죄하였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아들의 굳은 심지(心志)는 변함이 없었다.
초지일관 오직 학문에만 전념하여 과거에 당당 합격의 영광을 누렸으며 승지(承旨) 벼슬까지 올랐다.
그야말로 아버지의 한(恨)을 풀어 주었던 것이다.
아들이 높은 벼슬까지 오르자 이씨는 옛날 새집을 넘겨주었던 그 주인을 찾아가 은혜를 갚았으며 말년을 행복한 가운데 부부 해로했다 한다.

 

자료제공:[ 정읍의 전설 ] 김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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