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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염라대왕 특혜(特惠)
작성자 관리자

『야, 침이 넘어간다. 정말 잘 되었다. 이제야 먹을 것이 하나 나타나는 구나. 아주 먹을 감으로 좋은데…』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소년인 유병사(柳兵使, 兵使 : 兵馬節度使 : 조선 때 각지방에 두어 병마를 통솔 지휘하던 종 2품의 무관)는 깜짝 놀라 소름이 끼쳤다.
서당(書堂)에서 공부하고 오다가 날이 저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공동묘지를 지나는 길인데 이런 겁나는 소리가 들렸으니 얼마나 가슴 조였을까?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는데 다시 들리는 소리가
『야, 그 것 놔두어라. 아무리 봐도 저놈이 크게 될 놈인데 지금 먹어 치우긴 아깝다.』 하는 것이었다.
유병사는 몸이 벌벌 떨리고 땀이 죽죽 흘러 내렸다.
떨려 발이 옮겨지질 않아 그대로 서 있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잠시 조용하더니 또 수근수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묘 밑에서 분명 들리는 소리였다.
『아니야, 아니야, 뭐가 아까워. 지금 이 기회에 잡아가야 한다. 지금 당장 데리고 가라.』 하는 것이었다.
다시 귀신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더니
『가자, 가, 얼른 가자. 그 녀석 쓸만한데….』 하면서 유병사의 몸을 낚아채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몸을 맡겨 끌려가 보았더니 저승이었다. 한 친절한 저승사자가 귀에 대고 하는 말이 『이제, 저승에 한번 왔으니 안심하라.』 하는 거이었다.

저승문에 당도했다.
그런데, 정문을 저승사자들이 완전 무장을 한 채 굳게 지키고 있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몇 명의 사자들이 유병사를 끌고 저승문을 통과하려는 순간, 저승문을 지키는 사자들이 들어갈 수 없다고 가로막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왜 아직 안 들어와도 될 놈을 잡아 왔느냐는 것이었다.
자기들끼리 들어간다 못 들어간다 하며 한참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금 후 정문을 통해 계급이 높은 저승사자 하나가 앞으로 나와서 하는 말이,
『조용히 하라. 이 놈은 아직 올 때가 아닌데 잘못 온 것은 사실이나 어차피 이 곳에 왔으니 일이나 하나 맡겨 돌려보내라는 염라대왕의 분부이시다.』 하는 것이었다.
좀 있더니 휘황한 옷을 입고 좋은 풍체를 자랑하는 듯 염라대왕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유병사는 엎드려 공손히 몸을 가누었다. 염라대왕은 위엄을 보이면서
『너는 안 올 사람인데 이곳에 잘못 왔다. 이왕 온 것이기에 내가 너한테 책임을 하나 줄 터이니 꼭 시행하도록 하라. 다름이 아니라 여기서 얼마 가지 않으면 전남 장성(長成)이란 곳이 있는데 거기에 최(崔)참판이 살고 있다. 그 놈이 지금 올 때가 되었는데 워낙 힘도 세고 착하게 살아 그대로 두었는데, 이제 필요하니 여기 몇 사자들과 함께 가서 잡아오도록 하라.』
하고 매끄럽고 튼튼하게 깎아진 큰 방망이 하나를 유병사에게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염라대왕은 다시 당부하며
『최참판 집에 가면은 우리 귀신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여기저기 복숭아나무와 버들나무를 많이 심어 놓았고 또 상상외로 최참판의 힘이 좋으니 조심하여 잡아들이도록 할 것이니라』 하는 것이였다.

유병사는 염라대왕의 명령을 받고 방망이를 든 채 저승사자 세 명을 데리고 최참판의 집을 찾았다.
대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문을 크게 두드리니 하인 하나가 나왔다. 최참판 있느냐고 물으니 지금 막 저녁을 먹고 편안히 쉬고 있다고 일러주었다.
안으로 들어가 찾으니 최참판이 나왔다. 아직 건강을 자랑하는 최참판이었다.
유병사는 『최참판은 듣거라. 너는 지금 갈 때가 되었다. 안되었지만 이것은 염라대왕의 지엄하신 분부이오니 우리를 순순히 따라 나서도록 하라.』
하니 최참판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어느 놈이 나를 잡아가느냐고 펄펄 뛰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리고는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최참판이 그렇게 건장하고 힘이 좋았지만 방망이를 들고 힘이 좋은 여러 사자들을 당할 순 없었다. 최참판이 방안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최후의 발악을 하자 유병사와 저승사자들은 최참판의 다리를 잡고 끌어당겼다.
최참판이 끌려 나오면서 문지방이 부서져 내려앉고 말았다.
유병사는 저승사자들과 함께 최참판을 끌고 염라대왕 앞에 꿇쳐 놓았다.
염라대왕은 얼굴에 맑은 미소를 보이면서 유병사에게 『아, 너는 수고했다. 내 너를 가상히 여겼고 또한, 너의 임무는 끝났으니 너를 다시 인간으로 돌려보내 주마. 어서 돌아가도록 하라.』 하는 것이었다.

유병사는 저승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저승문을 나왔다.
문을 막 나오는 순간 유병사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참으로 놀랍고도 기이하고 무섭고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녀(巫女)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그들은 귀신을 직접 만난다고 한다.
귀신을 만나 이야기도 하지만 손으로 만져서 감촉으로 느끼기도 한다고 한다.
귀신들을 만질 때는 경건하고 이때의 감촉은 존귀하고 부드럽고 유쾌하고 황홀하다는데 유병사는 무서워 떨기만 한 모양이니 어찌된 일일까?
유병사의 이름은 전하지 않으나 소년시절에 이런 일을 당하고 장년이 되어 병사(兵使)에 오른 것이다.

장년이 된 유병사는 죽었다가 살아난 것을 늘 고맙게 생각했다.
특혜를 준 염라대왕께 항상 마음으로 사례하고 있었다.
살려 주었으니 훌륭하게 사는 길이 염라대왕께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여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장원 급제까지 하여 높은 벼슬에 올랐다고 전한다.
유병사가 금의환향하여 하루는 전남 장성(長成)에 가 최참판이 살았다는 마을을 찾았다.
그 마을 사람들에게 이십 여년 전의 말을 물어보니 그때 염병이 만연되어 동네 사람들이 많이 죽어 나갔고 최참판은 저녁밥을 먹고 안방에서 쉬는데 별안간 문지방이 무너져 내려 발악하며 죽었다고 일러주었다.
유병사는 최참판의 자손들을 다 초빙하고 마을 사람들을 모이게 하여 잔치를 베풀며 옛날 있었던 이야기를 나눴다.
유병사는 평소 장성에 묻히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여 그가 죽었을 때 그 자손들이 장성의 명당을 찾아 안장했다 한다.
유병사가 태어난 곳은 정읍시 달천리(達川里) 용두(龍頭)부락이다.
용두리의 옛명은 '다내'(모두 내(川)라는 뜻)인데 물이 좋으니 산이 좋을 수밖에 없고 산수가 좋으니 큰 인물이 많이 나온다는 곳이다.
최참판을 잡아갔던 저승사자들은 지금 유병사의 소식을 알고 있을까?

 

자료제공:[ 정읍의 전설 ] 김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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