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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삼신할머니의 조화(造化)
작성자 관리자

먼 옛날 정읍(井邑) 고을에 성질이 포악하여 많은 사람을 괴롭히고 불효하는 청년이 있었다.
길가에서 남의 돈을 빼앗고 부녀자를 희롱하며 집에 돌아오면은 술에 취해 부모님께 술주정을 하며 행패를 부리는 것은 다반사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 청년이 지나면 피해가고 있었다.
어떤 피해라도 입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그와 만나기를 꺼렸다. 청년의 부모님들은 걱정이 끊일 날이 없었다.
외아들 하나 둔 것이 그 모양이었으니 자식이 아니라 원수라고 신음과 신세 한탄 속에 늙어가고 있었다.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이런 데를 두고 한 말인지 모른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청년은 그날도 술이 만취가 되어 밤늦게 산길을 오다가 쓰러졌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추운 날씨였다. 청년은 산길에서 얼어죽고 말았다.

청년은 저승사자에 묶여 저승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청년이 저승 문을 통과하여 한참 가고 있는데 어떤 저승사자 두 사람이 쉬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청년을 묶어 가지고 가는 저승사자에게 갈 길이 멀었으니 쉬어서 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청년도 함께 쉬게 되었다. 그들은 청년에게 『너, 잘 만났다. 그렇지 않아도 네가 인간 세상에서 힘깨나 쓰고, 갖은 행패를 다부려 많은 백성을 괴롭힌다고 들은 지 오래다. 너는 오늘부터 혼을 좀 내줄테니 각오하라. 아, 네가 술을 잘 먹는다지? 어디 이리와 한 잔 해 봐라.』
하는 것이었다.
청년은 겁이 왈칵 들었다. 이제 나는 큰일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청년은 갑자기 건네주는 술잔을 차버림과 동시에 저승사자를 넘어뜨리고 도망치는 것이었다.
저승사자들은 소리를 치며 뒤쫓아오고 있었다.
청년은 두 손이 묶였는데도 잘도 뛰었다. 저승문을 통과하여 도망치는데 깊은 산길에 이르렀다.
청년이 허겁지겁 한참 뛰어가는데 머리가 하얀 늙은이 한 분을 만났다.
삼신(三神) 할머니였다.
청년은 염치없이
『할머니, 삼신할머니, 저 좀 살려 주십시오. 저는 이렇게 쫓기는 몸이 되었습니다. 불쌍한 이 몸을 건져 주십시오. 만약 저를 도와 살려 주신다면 저는 착한 사람되고 그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간절히 애원하는 것이었다.

저승사자들이 바로 뒤쫓아와 청년을 에워쌌다.
삼신할머니는 한참 생각하더니
『좋아, 갑자기 네가 불쌍히 여겨진다. 쫓기는 몸은 항상 비참한 법이다. 옛부터도 궁한 도적은 최후까지 몰지 말고 살려 주어야 한다는 말도 있느니라. 저승사자들은 그대로 물러가라. 내가 염라대왕께 이 딱한 사정을 진언하여 이 자를 풀어주도록 할 작정이다. 저, 청년이 한번만 살려주면 착한 사람되고 은혜까지 잊지 않는다니 젊은 나이를 헤아려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게 해 줄 작정이다. 저승사자들은 물러가도록 하고 너는 나를 따르도록 하라.』 하는 것이었다.
이 청년은 죽었지만 삼신할머니는 다른 곳에 이를 태어나게 했다.
근처 마을에 학덕 높은 진사(進士) 한 분이 살았는데 성(姓)은 박씨였다.
박진사는 아들을 장가 보낸 지 십여 년이 되었지만 아이가 없었다.
날마다 손주가 태어나기 기다렸지만 묘방이 없었다.
좋다는 약도 다 먹여보고 유명하다는 점쟁이를 다 찾아가서 방법을 묻고 빌기를 수년 했지만 손자는 점지되지 않았다.
아이의 점지를 맡는다는 삼신할머니는 박진사의 사정을 딱하게 여겨 이 청년을 박진사의 손자로 태어나게 점지해 주었다.

박진사의 댁에서는 며느리가 아이를 잉태하여 너무 좋아 어쩔 줄을 몰랐다.
식구들이 웃음과 기쁨뿐이었다. 며느리는 열 달이 지나자 아들을 낳았다.
집은 경사가 났다하여 잔치까지 벌였다. 오래 살라고 이름을 영수(永壽)라 지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착한 아이가 못되었다.
날이 갈수록 아이는 포악한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남의 돈을 강제로 탈취하고 부녀자를 희롱하며 낮이나 밤이나 술 주정만 하는 것이었다.
전신(前身)이 포악한 청년이라서 그대로 닮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누가 이 영수의 전신을 알 수 있겠는가?
박진사의 집에선 영수가 성년이 되자 근심이 가득했다.
부모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식구들이 큰 시달림을 받고 있었다. 박진사는 손자 걱정으로 바짝 늙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죽이지도 못하고 살리지도 못할 짓이라고 한탄으로 밤을 새우는 것이었다. 영수의 포악하고 방탕한 행동은 그칠 줄을 몰랐다. 영수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지만 결혼이야기는 누구하나 입밖에 내놓는 사람이 없었다.
영수의 아버지는 시달림과 걱정으로 병석에 눕고 말았다.
한 번은 박진사의 하인이 영수 아버지의 약을 지어오는 길이었다.

날이 저물어 산길을 더듬어 오고 있었다. 갑자기 앞에 하얀 할머니 한 분이 나타나지 않는가?
이 할머니는
『놀라지 말라.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약방에서 약을 지어오는 모양인데 그 약을 먹은 후에 효험이 없거든 내가 주는 약을 먹도록 하라. 내가 주는 약을 먹으면 영수 아범의 병은 깨끗이 나을 것이다. 또 그 약을 영수에게 먹이면 영수의 못된 버릇도 깨끗이 고쳐질 것이니라.』 하는 것이었다.
머슴은 할머니가 주는 약 두 봉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박진사와 영수 아범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박진사는 이것이 필시 신(神)의 도움이려니 싶어 그대로 먹도록 지시했다.
박진사와 전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영수아버지와 영수는 약 한 봉씩을 먹었다. 영수 아버지의 병은 즉시 나았지만 영수는 사흘 후에 즉사했다.
온 집안은 울음 바다였다.
그러나, 어찌나 영수로부터 시달림을 받았던지 마을 사람들은 꼭 죽을 사람 죽었다고 입을 모으는 것이었다. 어느 날 영수의 어머니는 꿈을 꾸었다.
꿈에 삼신할머니가 나타나더니
『네가 그 동안 슬픔이 컸겠구나.』 하면서 양 한 마리를 몰아다가 집안에 매어 놓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갔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그것은 훌륭한 아들과 많은 재물을 얻을 꿈이었다.

영수의 어머니는 늦은 몸이었지만 어느 새 태기가 있었다. 곧 임신임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영수와 같은 못된 자식이 또 태어난다면 차라리 없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야말로 다시 임신한 것이 기쁨보다는 두려움과 공포뿐이었다. 하지만, 대를 이어가야 한다는 유교적 사상이 깊이 뿌리하고 있는 그들로서는 이미 배속에 생긴 아이를 낳을 수밖에는 없었다.
드디어 새로운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양처럼 온화하고 착실한 아이로 자랐다.
어린 나이에도 효성이 지극했다. 학문에도 정진하여 높은 인격을 도야했다.
그 집안을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어른이 되어 할아버지의 유업을 이어 진사 벼슬까지 했다 한다.
다 전능하신 신(神)의 조화인 모양이다.
집에는 가신(家神), 마당엔 지신(地神), 부엌엔 조왕신, 우물엔 용왕신, 장독대엔 철륭신, 안방에는 성주신이 있는데 역시 성주신의 지위가 가장 높고 그 권리가 가장 세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의 점지와 출산은 삼신할머니에게 권한을 양보한다 한다.
그렇다면 박진사 댁의 출산에 따른 길흉은 삼신할머니의 소관 사무였을 것이다. 삼신할머니 그저 고맙소이다.

 

자료제공:[ 정읍의 전설 ] 김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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