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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염대장의 보은(報恩)
작성자 관리자

먼 옛날의 이야기다.
정읍(井邑) 지방에 말 잘하고 풍체 좋고 처신 잘한다는 중년노인 한 분이 살았다.
그 사람은 평소 죽을 좋아했다. 하루에 한 끼씩은 꼭 죽을 먹었다.
죽 중에서도 팥죽을 그렇게 좋아하여 집에서도 죽이 떨어지질 않았다.
한번은 정읍(井邑) 장날인데 죽을 먹고 싶어 죽집에 들러 팥죽을 먹고 있었다.
한참 먹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출입구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훤칠한 이마에 콧날이 날카로운데 얼른 보아, 온 얼굴이 수염으로 감싸 있는 듯 했다.
다시 보니 수염이 한 척(尺)은 더 되겠구나 싶었다. 귀 밑 나룻부터 길고 아름답게 길러진 수염이 산신령을 방불케 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얼굴만 팥집 창문에 내밀고는 안으로 들어올 생각은 않고 주위의 동정만 살피는 눈치였다.

팥죽을 먹던 사람이
『어서 들어오십시오』 하니
그래도, 안으로 들어올 생각이 적은 듯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아니, 들어 오시라니까요.』
다시 독촉을 하자 수염이 긴 사람은 옆에 와 앉았다. 팥죽을 먹던 사람은 숟가락을 든 채
『우리, 인사나 하고 지냅시다.』
서로 성명을 알려 주었다.
『아니, 아까는 왜 빨리 들어오시질 않고 밖에서 머뭇거리셨습니까?』 하니
『아, 제가 딱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묻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평소 팥죽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오늘 이곳에서 수염 좋은 분을 만났으니 오늘이 행운이 대통한 날인가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제가 팥죽 한 그릇 대접해 드릴까 생각합니다. 수염이 대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 안했습니까?』
『그래요, 정말 감사합니다.』
한 그릇을 사주었더니 그 긴 수염을 양 갈래로 얼른 묶어 귀밑으로 젖혀놓았다.
그리고는 개는 감추듯 먹어 치웠다.
『한 그릇 더 할랍니까?』
하니, 대답이 없었다.
또 한 그릇을 사주었더니 역시 번개같이 먹어 치웠다.
『또, 한 그릇 할랍니까?』 하니
『글쎄요』하는 것이다.
또 한 그릇을 불러 주니 세 그릇을 번쩍 먹어 치우고 말았다.
이 사람이 분명 노자가 떨어지고 평소에 대식가인데 몹시 배가 고팠던 것이구나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다. 팥죽 세 그릇을 치운 수염 많은 사람은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떠나버렸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삼년 세월이 흘렀다.
죽 좋아하는 이 사람은 전주(全州)장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갈 길은 멀고 날은 저물었다.
산길이라서 무서운 마음이 들곤 했다. 한참을 오는데 도둑떼가 칼을 들고 나와 길을 막았다.
즉시 손은 묶어지고 돈은 전부 털렸다.
그리고는 산 속으로 끌고 가는 것이었다. 살려만 달라고 애원하였지만 들은 척도 아니했다.
한참동안 끌려가는데 깊은 골짜기에 이르자 토굴이 있었다.
수 십 명의 도둑들이 우글우글했다.
이제 죽었구나 하는 생각 뿐이요 만사를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도적의 대장 앞에 무릎이 꿇려졌다.
고개를 들어 대장을 쳐다보았다. 슬쩍 보니 3년 전에 팥죽 집에서 만난 그 사람이 생각났다.
틀림없었다. 놀랍고도 반가웠다.
수염이 긴 이 사람은 산적들의 대장이었다.
수염대장 하면은 산적 세계에서 의리 있고 명성 높은 대장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대장도 얼른 이 사람을 알아보는 듯, 몇 년 전 수염 많은 사람한테 팥죽 세 그릇을 사준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얼른 다가오며 손을 덥썩 잡았다.
『당신이 나 팥죽 사 준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정말 반갑소. 그때 내가 돈은 떨어지고 배는 고파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는데 당신을 만나 배를 채웠답니다.』
수염대장은 부하를 시켜 즉시 묶었던 밧줄을 풀어주며 술상을 가져오게 했다.
이 사람은 수염대장의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수염대장은 부하 세 사람을 부르더니
『너희들 이 분을 가시는 곳까지 잘 모시어 그 신분을 보장하도록 하라.』
하면서 뺏은 돈을 돌려주고 노자를 별도로 후하게 주었다.
세상은 배은망덕(背恩忘德)도 많은 법인데 비록 도적일망정 수염대장의 수은보은(受恩報恩)이 아름답다.
그 사람은 수염대장의 배려로 도둑떼의 호위를 받으면서 자기 집 정읍(井邑)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그 뒤 이 사람은 수염이 긴 사람만 만나면 팥죽을 사주며 수염대장이야길 하곤 했다한다.

 

자료제공:[ 정읍의 전설 ] 김동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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