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높이 높이 돋으시어 멀리 멀리 비추어 주시옵소서 우리 서방님은 어디쯤 오시는지요 나를 잊는 않으셨나 두렵습니다 가여운 것... 너의 그 간절한 기다림을 비추어 주겠다 그가 다시 네게 돌아 올 때 까지 나의 공간을 너에게 내어주마 달을 보며 그리운 존재를 떠올려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공간의 손님이 될 수 있단다. 마음 속 깊은 그리움과 슬픔을 조금이나마 내려 놓을 수 있는 곳. 그믐달 찻집 향이 아주 좋구나. 다 끓였으면 나도 한 잔 다오. 오셨습니까, 달님. 마침 다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유자가 들어가서 향이 더 좋답니다. 갈수록 차 끓이는 실력만 늘어가니 걱정이구나... 오랜시간 뭐라도 하나 얻었으니 다행입니다. 신소리 하기는... ...내가 너를 이곳에 데리고 왔을때 했던 말 기억하고 있느냐? 그저 머물다가 때가 되거든 주저하지 말고 떠나가라.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나가는 순간 가슴에 품고 있던 그리움과 이곳에 대한 기억도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씀 하셨죠. 그래 잊지 말라고 확인 차 물어 보았다 너도 이제 기나긴 기다림을 끝내야 할 테니. 드디어 당신을 찾은 것 같군요. 당신은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이번 그믐은 다행히 조금 덜 슬픈 날인가보다. 아직까지 손님이 없는것을 보니 말이야. 오늘 같은 여유는 언제나 좋지. 음~ 내가 끊였지만 역시 맛있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향기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입을 가득 채웠던 향기가 온 몸으로 퍼지면서 저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기억들을 피어오르게 한다 금방 돌아 오겠다던 그 날의 약속 차마 놓을 수 없어 한참을 붙잡고 있던 손의 온기 겨우 놓으 손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기나긴 기다림의 한기까지. 모든 감각들은 아직도 이렇게 선명한데... 정작 그리워 하는 사람의 얼굴은 자꾸만 흐려져 간다. 너무나 오랜 시간을 그리워 했더니 그리움만 남으려 하는구나... 끼익 딸랑딸랑 안녕하세요. 저벅저벅 지나가던 길에 쌍화차 향기가 좋아서 들어왔는데, 저도 한잔 주문 할 수 있을까요? 벌떡 물론이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쌍화차 나왔습니다. 더 필요한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잠시만요. 아직 차가 많이 남은 것 같은데 앉아서 같이 마셔요. 네? 싱긋 두둥 얼떨결에 앉긴 했지만... 이렇게 손님이랑 차를 마신적은 없었는데... 너무 어색해! 어떡하지?! 무슨 말을 하지?! ...언제까지 여기에 계신건가요? 음... 아주 오래 전 부터요. 아주 오래 전부터... 이렇게 차를 내어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준 건가요? ...? 그걸 어떻게... 그냥 여기 앉으니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어서요. 아... 네, 뭐든 말씀 해보세요. 이곳은 달이 않는 밤, 달님을 대신해서 손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니까요. 달님을 대신해서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러면 생각나는 대로 그냥 이야기 해 볼게요. 저는...오래 전 부터 찾고 있던 사람이 있어요. 정말 소중한 사람인데... 저를 잊은것 같아서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눈을 마주친 순간 그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를 기억 해 줄 때 까지 기다려 보려고요. 그 사람 주변에 머무르면서. 힘든 결정 하셨네요. 기다림... 쉽지는 않을텐데... 그 사람이라면 괜찮아요. 그리고 언젠가 그 사람이 저에 대한 기억을 조금이라도 떠올려준다면 가장 먼저 용서를 구하고 싶어요. 금방 다녀오겠다 약속 해 놓고... 두근- 오랜 기다림 속 희미해진 기억이 너무 오랫도안 기다리게 해서 선명하게 떠올랐다. 정말 미안하다고. 내 눈 앞에서. 기다림이란 절망 끝에 피어나는 희망의 꽃이라고 하였는가 오랜시간 지켜온 나의 꽃이 오늘에야 비로소 피어나는구나. 멈춰 있던 나의 시간이 이렇게 다시 흘러가게 되었구나. 그래, 이제 그만 흘러가야지. 나의 오랜 손님이 드디어 이곳을 나서는 구나. 내 어디서든 높이 돋아 비출터이니 그대들은 그저 마음껏 행복하시게. - 그믐달 찻집 마침.